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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 추천여행 – 마음속의 경기도 213. 구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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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둔역에서

구둔역에서

일몰시간을 앞두고

일몰시간을 앞두고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하루하루 일몰시간도 눈치 못 채도록 조금씩 앞당겨지면서 경기도 양평지역을 기준으로

11월 말에는 일몰시간이 오후 5시 13분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타 지역으로의 알찬 여행을

위해서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지금은 열차가 지나지 않는 폐역이 된 구둔역으로 향하고 있었을 때 능선에 걸린

붉은 태양을 보고 있으니 ‘효리네 민박’에서 들었던 <밤 편지>라는 곡의 멜로디가 귓가에 바람처럼 스친다.

 

구둔역

구둔역

오랜만에 구둔역에 도착했다. 그사이 변화가 있다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여객 영업은 종료되었지만 카페 영업은

신설되었다. 꼭 가보고 싶었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역을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보다 누군가 여행자를

맞이해주고 역과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같이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까. 역 앞에는 커다란 개가 있었다.

이름은 몽구. 힘과 지구력이 강해 겨울이면 썰매를 끄는 일에는 자신 있다는 알래스칸 말라뮤트. 개를 위해 마련한 집은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에 등장하는 집을 닮았다. 그리고 지붕은 구둔역과 통일된 박공지붕이다.

지붕에 붙여진 안내문을 읽어보니…

「몽구는 한 덩치 하지만 순하고 착해요. 입맛이 까다로운 탓에 간식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구둔역 고양이

구둔역 고양이

카페 ‘까몽이네’ 얌전하고 시크한 고양이들은 구둔역의 마스코트. 특히 하얀 고양이 ‘백설기’는 나른한 고양이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활동 범위는 넓은지 주인장은 위치 추적을 위해 목에 방울을 달아 두었다.

 

구둔역 대합실

구둔역 대합실

등록문화재 제296호를 지정된 구둔역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있다. 중앙선 양평 – 원주 구간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목조건물에 시멘트 몰탈 마감한 역사의 지붕은 삼각형의 박공지붕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대합실에 남아있는 열차 도착시간 및 운임 알림판이 생소한 여행자도 있을 것이다. 요금이나 열차 운행시간이 변경되면

(양면을 나누어 흑백으로 처리된) 얇은 플라스틱을 뒤집어 홈에 끼워 숫자를 변경하여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청량리역을 출발했을 하행선 막차는 안동행 열차가 오후 7시 52분 구둔역을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요즘 보기 드문 ‘달력’이 아닌 ‘일력’ 걸려있다. 인쇄할 때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달력 용지로 ‘아트지’를 많이 사용한다면

‘일력’은 하루하루 뜯어내기 쉽고 일력의 무게 총량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습자지’를 선택했다. 급할 때 화장실로 몇 장이

뜯겨 압송당하는 수난을 겪어 날짜가 미리 당겨지기도 했던 재밌는 ‘일력’. 구둔역에 가면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다.

 

구둔역 소품 타자기

구둔역 소품 타자기

구둔역 플랫폼

구둔역 플랫폼

다른 교통수단의 발달은 간이역 이용객의 급감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신규 터널을 만드는 기술도 발전하고,

청량리 – 원주 간 신규 복선 전철구간의 완성으로 지금은 폐역으로 남게 되었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기차역은 일신역으로 하루 4회 정차한다.

청량리역 출발(하행) 07:00 / 08:25 / 12:10 / 19:03 / 50~55분 뒤 일신역 도착 <2017. 11월 기준>

 

구둔역 앞 전동열차

구둔역 앞 전동열차

두 량의 전동 객차가 구둔역에 남아있다. 야외 테이블 주변에 서 있으면 음악 소리가 전동 객차의 어느 부분에서

흘러나오는지 스피커를 찾아보라. 참고로 소리가 잘 울리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

 

구둔역

구둔역

소원의 시간

소원의 시간

구둔역에 방문하여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소원들을 황금티켓에 담아 아주 오래된 향나무에 걸어두었다.

소원은 꿈의 목적지가 된다‘라는 글귀는 공감을 불러온다. 소중한 열차표라서 절대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무임으로 이용할 수 없다.

 

구둔역 은행나무

구둔역 은행나무

구둔역 철길

구둔역 철길

같은 날.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달리 구둔역의 은행나무는 노란 잎을 모두 내려놓았다. 자연이 남겨주는 재료로

나는 대리석 위에 ‘구둔’이라는 두 글자를 남겼다.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건축학과 승민과 음대생 서연이 두 팔을 펴고

균형을 잡으며 구둔역 레일 위를 걷는 장면이 담겨있다. 다행히도 철길은 모두 걷어내지 않고 일부 구간이지만 구둔역

앞에 그대로 남아있다. 영상을 보며 관객들도 속아 넘어갔던 guess’가 아닌 ‘geuss’가 프린트된 흰색 티셔츠를 입었던

승민에게도 서연은 첫사랑이었고, 서연에게도 그랬다.

 

구둔역 카페

구둔역 카페

삐삐를 사용했던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밀크커피에 익숙했던 과거는 시럽을 뺀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현재가 되었다. 여행과 생활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반가운 메뉴인 군 계란과 사이다, 양은 도시락에

담긴 추억의 도시락은 지금도 침샘을 자극한다. 카페가 된 역무실 – 그 따뜻한 추억의 공간에서 추억의 메뉴들은

여행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구둔역 카페 까몽이네 홈페이지

 

구둔역 고양이

구둔역 고양이

구둔역 경유 시내버스

구둔역 경유 시내버스

여주터미널과 용문터미널을 운행하는 여주 시내버스는 배차간격이 약 2시간이다. 드물게 다니는 버스지만 모두

구둔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편도 구간(여주 방면 운행 구간)만 구둔역에 정차하거나 또는 왕복 구간 모두 정차하기

때문에 여주 터미널이나 용문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할 때 기사님께 구둔역까지 들어가는지 물어봐야 한다.

만약 구둔역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면 <일신 2리> 버스정류장에 하차하여 일신교회 앞을 지나는 언덕길로 약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서 일신역에 도착했다면 구둔역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다. 약 15분 예상.

용문터미널 길 건너편 버스정류장 출발시간 07:50 / 09:10 / 12:10 / 14:00 / 17:10 /19:20 (막차)

노선번호는 987- (예를 들면 987-2, 987-3… 시간대별로 다시(-) 뒤에 붙는 숫자가 다르지만 결국은 여주행 동일 노선)

 

풍등 날리기

풍등 날리기

풍등 날리기

풍등 날리기

대만 여행을 할 때 지우펀 열차가 다니는 철길 위에서 풍등을 날려봤는데 한국에서는 구둔역이 유일하다. 물론

구둔역에서는 열차가 지나가지 않으니 안전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하늘 높이 풍등을 올릴 때 바람의 영향을

받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면 안 되니까. 다행히 내가 방문했던 날은 날씨는 고요했다.

풍등날리기

풍등날리기

종이에 소원을 적어서 띄우는 방법은 동일하다. 내가 풍등에 남긴 글은 이렇다.

‘추억도 함께 정차하는 곳. 양평 구둔역’

풍등 안으로 따뜻한 공기가 가득 차면서 풍등은 지면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풍등이 아주 작은 별이 될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주 오래 기억할 만큼 특별했던 순간이었다.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산속에 9개의 진지를 구축했다는 의미를 담은 ‘구둔_九屯’. 현재 구둔역 주변에는 시간을 테마로

조성된 9개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오래된 기차역)은 이미 낡아서 새롭지 못하다는

편견을 버리게 만든다. 그래서 구둔역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머물기 좋은 간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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