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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 가볼만한 곳 – 한국만화박물관 ‘만화, 신神과 만나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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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신神과 만나다’란 다소 이색적인 전시회가 현재 부천시 소재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11월 25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릴 예정인 ‘만화, 신神과 만나다’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만화박물관의 공동기획전으로서 한국만화박물관의 만화콘텐츠와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 유물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 신앙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 보고 이해를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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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신神과 만나다’ 전이 열리고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은 나름대로의 정체성이 확실한 곳입니다. 현재 전국에 만화,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많지만 대개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90년대 이후의 애니메이션 위주인 것이 비해 부천의 한국만화박물관은 출판만화라는 특색이 뚜렷한 곳이죠. 요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거의 사라지고 웹툰으로 그 전통이 이어져 가고 있지만 출판만화라고 하면 대본소 만화가 생각나고 대본소의 전성기는 70-80년대였죠. 당시 대본소, 우리는 만화가게, 혹은 만화방이라고 불렀던 곳을 출근하듯 드나들었던 나로서는 그래서 더욱 반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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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화와 민속’이라는 전시 컨셉트에서 약간 당황했습니다. 나 자신이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만화 매니아이고 선사시대 동굴벽화에서 기원을 찾을만큼 만화의 역사 또한 유구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와 우리 민속과의 접점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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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만화란 인간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지식을 전하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언어일 뿐 아니라, 과장과 강조, 구체적인 지시로 사회 현상에 대한 입장과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오히려 민속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무관하다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란 걸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문자를 아는 이가 드물던 고대로 올라갈수록 만화, 혹은 그림이야말로 사람들의 의사와 소망을 표현하고 후대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자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전승과 함께 유이한 방법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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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만화는 서민들의 문화입니다. 문자로 기록하면 역사가 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하면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는 것처럼 오늘날에도 만화란 우리 시대의 전설과 신화를 전하는 통로입니다. 만화가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TV 뉴스나 신문 기사가 받고 있는 턱없이 과분한 신뢰도 없고 엄숙하거나 고상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반대로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애환과 정서를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부담없이 전하고 또 편하게 읽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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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민속의 콜라보 ‘만화, 신神과 만나다’ 전은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에 담긴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과 의미, 그리고 인간의 신을 향한 경외와 인간에 대한 신의 응답을 만화와 유물을 통해 재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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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관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현대의 정서로 풀어낸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와, 우리 무속신화인 바리데기 이야기를 그린 윤태호 작가의 ‘영혼의 신 바리공주’, 무당의 퇴마 기행을 그린 이빈 작가의 ‘MANA’, 무속인의 성장기인 말리 작가의 ‘도깨비 신부’, 그리고 우리 전래의 무속 신화를 만화화한 이은 작가의 ‘분녀네 선물가게’ 등 민속신앙을 소재로 한 만화들과 함께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시왕기, 바리공주거리의 무녀사진, 학, 몽달귀신 부적, 삼지창 등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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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저승에 들어 심판과 환생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 나아갑니다. 첫번째로 ‘이승, 원한을 풀고 복을 기원하다’에서는 원혼을 소재로 한 박기당 작가의 ‘백발귀’, 서봉재 작가의 ‘유령의 원수’ 등과 함께 민속박물관이 소장 중인 실제 유물인 몽달귀신부적, 삼재부적, 액막이연, 당사주법 등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소박한 가정 신앙을 보여주는 성주, 조왕그릇, 오방신장, 철륭 등의 유물 등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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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귀신들과 만나는 이 곳은 아직 이승입니다. 집안의 귀신들은 사람들과 교감하며 삶에 영향을 미치죠. 사람들은 이런 귀신들을 때로는 무서워해서 부적으로 액막이를 하거나, 때로는 제사나 제물을 바치며 숭배하면서, 위험하지만 역설적으로 의지하는 미묘한 동거를 이어 갑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귀신들은 참 순합니다. 고작 부적이라는 종이쪼가리, 나무 모형 정도로 심술을 풀거나, 또는 냉수 한잔이나 손을 빌며 절하는 것 정도로 만족해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는 집안에 사는 귀신들이 이리 많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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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두번째, ‘죽음, 삼도천을 건너다’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이며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건너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꼭두와 용수판 등 다양한 상여 장식들과 망자의 혼을 상징하는 넋전 등을 볼 수 있는데 특히 벽면 한편에 가득한 상여 장식 기물들이 강렬히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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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레고를 닮은 것도 같은 저승사자를 비롯한 상여를 장식한 기물들은 너무 무표정해서 오히려 만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정겹거나 섬찟하거나 오직 그것과 마주한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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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삼도천을 건너다’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명으로 상징화한 삼도천입니다. 삼도천은 죽은 사람이 건너게 된다는 강으로 이 강을 경계로 이승과 저승이 나뉘어 집니다. 조명 빛임을 알고 있음에도 어쩐지 넘어가는 기분이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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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이 실제로 있다면 누구나 언젠가는 이 강을 건너게 될 것입니다. 도강 길은 누군가에게는 수렁보다 힘든 고행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도랑을 건너는 것보다 쉬운 일이겠지요. 부디 그때가 오면 미련없이 훌쩍 이 강을 건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 때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냇물을 걸으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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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번째는 ‘저승, 생전을 비추다’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저승입니다. 이 곳에서는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상, 바리데기 무신도, 십대왕 무신도, 시왕기 등 저승과 관련된 유물들과 만납니다. 삼도천을 건넌 망자는 저승사자나 바리데기의 인도로 명부에 이르는데 이때 저승사자와 바리데기는 망자가 이승에 대한 미련과 저승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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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승에 도착한 망자는 49일 동안 이승에서의 삶을 심판 받고 일곱 지옥에서의 형벌을 받은 뒤 이승에서 지은 죄의 크기에 따라 제각각의 환생을 준비하게 됩니다. 또한 이곳에는 관람자들이 디지털 애니에이션으로 만화화한 십대왕과의 질문과 응답을 통해 심판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데 나는 가축으로 태어난다는군요. 우리집 개님 장군이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을까요? 잘 해줘야겠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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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치고 나오기 직전 서천꽃밭이 있습니다. 서천꽃밭에는 환생꽃이 있는데 착한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을 때, 서천꽃밭에서 환생꽃을 얻어오면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곳입니다. 이렇게 살아난 사람들은 대부분 신이 되고 서천꽃밭에 다녀온 이들도 대부분 신이 된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학을 타고 서천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얻어다 억울하게 물에 빠져 죽어 뼈만 남은 어머니를 살려낸 녹두생이죠. 그렇게 살아난 아머니는 조왕신이 되었고 녹두생이는 대문을 지키는 문왕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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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국 서천꽃밭은 쉽게 말해 생명의 패자부활전입니다. 이승에서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살아있는 자들의 연민과 안타까움이 형상화된 것이겠지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이라는 벽을 앞에서 망자의 억울함을 이렇게나마 풀어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훈훈하고 눈물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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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신神과 만나다’전은 생각보다는 조촐한 규모입니다. 그러나 관람 후에 드는 생각은 결코 조촐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사람이란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이고 언젠가 반드시 맞이해 할 죽음에 대해 어느 누구도 초월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삶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죽음은 환생으로, 다시 삶으로 이어지는 영원한 반복이라면 죽어도 끝이 아니고 살아 있다 해도 죽음 뒤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에 더욱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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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이 있음은 분명히 알겠는데 저승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현대의 과학에서는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저승은 있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이가 패배하고 악인이 승리하는 일이 대부분인 것이 이승이란 곳이고 또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은 것이 살아가는 일인데 이승에서 당하는 고단함과 억울함을 보상해 줄 저승이라도 있어줘야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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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부터 시작된 ‘만화, 신神과 만나다’ 전은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됩니다. 그러고보니 겨울이 오기 직전에 시작해서 봄이 오기 직전에 끝나는 의미가 심상치 않습니다. 보통 겨울은 죽음에, 봄은 부활과 생명을 의미하곤 하죠. 부디 생명의 숨소리가 잦아드는 겨울의 시작점에서 다시 생명들이 돌아오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만화, 신神과 만나다’전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삶과 죽음,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피할 수 없기에 차라리 즐길 수 밖에 없는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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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신(神)과 만나다 전
일시 : 2014. 11. 25 ~ 2015. 2. 28
장소 : 한국만화박물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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