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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거짓이 없다. 한여름 무더위도 때가 되니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하늘은 더욱 맑아 높아지고, 산의 녹음은 가을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한다. 자연이 우리의 심사를 자극하는 가을. 집 안에만 있는 건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일상을 털고 자연으로 달려간다. 카페가 있는 호수로, 소나무 울창한 숲으로 내 몸과 마음의 오아시스를 찾아.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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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이 아프리카 여행하기,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둠치 둠치 둠둠칫~’ 신나는 음악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리듬과 박자. 단순한 리듬에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고 가슴이 설렌다. 마치 석양에 붉게 물든 세렝게티 초원과 마주하고 있기라도 하듯. 여기는 여권 없이 갈 수 있는 한국 속 아프리카,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이다.
정문을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연못생태공원이다. 연못을 감싼 숲도 예쁘지만, 주인공은 비단잉어다. 먹이를 찾아 모여드는 비단잉어의 모습이 장관이다. 잉어 먹이는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잉어연못을 돌아 나오면 조각공원이다. 아프리카 석조 문화의 진수라 불리는 쇼나조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쇼나조각은 1950년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조각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개된 현대조각예술. 정과 망치 같은 전통 도구만으로 조각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다.
실내 전시관에서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생로병사,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300여 점의 전시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주술사가 착용하는 나무 마스크나 성인식에 사용되는 물건 등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테마전시관의 호랑이, 하이에나, 얼룩말, 북극곰, 펭귄 등 박제된 동물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967 | 문의 031-543-3600 | 이용시간 10:00~18:00 | 이용료 어른 5,500원 어린이 4,500원
홈페이지 http://www.amoa.or.kr
인생 저수지에서 인생 커피를 만나다, 고모리 카페마을
눈 맛이 참 좋다. 커피는 향으로 한 번, 맛으로 한 번 마신다고 하는데, 고모리 카페마을에서는 눈으로 한 번 더 마신다. 잔잔한 호수 위에 비친 파란 하늘, 하늘빛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까지 두 눈에 담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고모저수지는 포천을 대표하는 산정호수와 비교해도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아름다운 호수다. 1980년 1월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됐다. 풍광 좋은 물가에 사람 모이는 건 당연지사. 알음알음 모인 사람들의 입소문 타고 식당과 카페가 하나둘 생겨났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사람들은 이곳을 고모리 카페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고모리 카페마을과 고모저수지는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커피 한 잔 하러 왔다가 저수지를 알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수지에 놀러 왔다 마신 커피 맛에 반해 또 찾는 이들도 흔하다. 카페와 레스토랑, 식당은 대부분 저수지 변에 자리해 어디서든 멋진 고모저수지 풍광을 즐길 수 있어 더 매력이다.
향 좋은 커피로 입 호강, 멋진 저수지 풍경으로 눈 호강을 했다면, 고모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며 몸 호강도 꼭 한 번 해보자. 수변을 따라 고모저수지를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은 2.6km. 전체 구간에 산뜻한 나무 데크를 설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456 일대 | 문의 031-538-3370(포천시청 관광테마조성과) | 이용료 무료
왕실에서 관리한 일품 숲을 거닐다, 광릉
‘큰법당’이란 이름이 예쁘다, 봉선사
광릉과 봉선사 단짝이다. 봉선사가 광릉의 원찰이기 때문이다. 융건릉과 용주사가 그런 것처럼. 원찰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절이다. 세조가 승하한 이듬해인 1469년, 정희왕후는 고려 광종 때 법인국사가 창건한 이 절을 89칸으로 중창하고 운악사라는 사명을 봉선사로 바꿔 원찰로 삼았다. 봉선사 동종(보물 제397호)과 당간지주 그리고 하마비 등도 당시 함께 제작되었는데, 6·25전쟁으로 전소된 봉선사에서 그나마 당시 모습을 짐작하게 해주는 귀한 유물들이다. 봉선사는 1960년 재건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운악산봉주사라는 큼직한 현판이 달린 일주문을 지나면 아담한 연밭이 펼쳐진다. 매년 8월 연꽃축제가 열리는 연밭 너머 봉선사가 자리한다. 경내로 들어서기 전, 청풍루 옆 연못가에 세워진 관세음보살상이 눈길을 끈다. 여느 사찰의 관세음보살상과 달리 호리호리한 몸매에 갸름한 얼굴을 하고 있다. 조각가 최종태의 작품이다. 최종태 작가는 법정스님의 부탁으로 서울 길상사에 관세음보살상을 조각한 것으로 유명하다. 푯돌에 새긴 2017년 5월 26일이라는 조성일로 미뤄 짐작컨대 봉선사 관세음보사상은 그의 최근 작품인 듯하다.
봉선사 현판도 특이하다. 봉선사 대웅전에는 한자 대신 한글로 ‘큰법당’이라 쓴 현판을 달았다. 큰법당 기둥에도 ‘부처님 공덕 다 말 못하고’나 ‘온누리 티끌 세어서 알고’ 같은 한글 주련을 내걸었다. 이는 1970년 삼창 당시 주지였던 운허 스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 한다. 어려운 한자 대신 읽기 편한 한글 현판을 달아 놓는 배려. 그 작은 배려 덕분에 아늑한 사철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길 32 | 문의 031-527-1956(종무소) | 이용료 무료 | 홈페이지 http://www.bongsuns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