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여행이야기
주말마다 예고된 비 소식은 이번 주말엔 없었다. 다시 맑은 날. 눅눅했던 것들이 바짝 마르도록 볕 좋은 양지에 놓아둔다.
간추린 뉴스를 보듯 오전과 오후 - 그렇게 하루에 두 번 - 스마트폰으로 접하게 되는 뉴스엔 해변으로 떠나는 또는 출국을
앞둔 사람들이 몰린 국제공항에 대한 소식들이 담겨있었다. 물론 멀리 떠나는 여름 여행은 아쉽게 접어두고, 집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여름을 잊을만한 장소를 찾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다양한 볼거리로
시원한 오감을 제공하는 곳 - 경기도 광명동굴은 끈적이는 더위를 잊는 여름 여행지가 되겠다.
전철을 타고 광명역에 도착하면 동편으로 나와 17번 버스로 환승하면 종점인 광명동굴에 도착하게 된다. 뒷골안길
운행구간은 여름마다 대책 없는 심각한 정체구간이었으나, 상당히 많은 구간을 버스전용차선을 설정하여 정체에 따른
지루함 없이 광명동굴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동굴은 특성상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가운 냉기 탓에 추위에 민감한 체질이나, 어 린 아이들은 광명동굴에 입장하기
전에 얇은 긴팔을 입고 입장하면 동굴 내 이동 시 많은 도움이 된다. 광명동굴 내부가 리뉴얼되어 새로움을 전한다.
천장의 일부를 LED로 해양 동물의 모티브를 살려 장식한 구간은 마치 심해에 온 느낌이 든다. 그런 시각적인 즐거움에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유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국가의 중요 자원이 수탈된 곳이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동굴은 지역민들의 임시 피난처가
되었다. 그리고 폐광 이후엔 사계절 동굴 내부 온도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어 젓갈 저장고로 이용되었다. 광명동굴은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하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고 다양한 테마공간을 마련하고,
역사를 담은 스토리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동굴 내 관람석을 갖춘 공연장은 최근에 <미디어 파사드 쇼>가 펼쳐지고 있다.
관람객들이 자세를 낮춰 약 10분 정도의 미디어 쇼를 봐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고르지 못한 동굴 내부에 그래픽 영상이
적용되어 연출되는 다양함은 분명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만든다.
1912년부터 1945년까지의 광명동굴은 주요 자원의 수탈되는 현장이었다. 상당히 열악했을 환경에서 강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식민지 시대의 삶을 전한다. 간드레(동굴용 조명용 램프)를 놓고 동굴 내에서 맨손으로 광물(금,
은, 동, 아연)을 캐내는 작업으로 제대로 펴지 못한 허리에 고통이 쌓여간다. 한국전쟁으로 휴전이 될 때까지 동굴은
피난처가 되었다.
1972년 폐광될 때까지 전성기를 기준으로 채광 양은 250톤이었고, 500명 이상의 근무자가 투입된 것으로 전한다.
광명동굴은 275미터의 깊이로 총 9 LEVEL(9개의 갱도층)을 가지고 있으며 갱도의 총 연장 길이 7.8km 중 현재 2.2km
구간만이 공개되고 있다. 9 LEVEL 중 가장 깊은 층은 7 LEVEL이며 그 깊이는 -95미터다.
광명동굴은 1960년대 교과서를 통해서는 수도권 유일의 광산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평균 내부 온도 12℃를 유지하기에
폐광 이후에는 새우젓을 저장하는 용도로 2010년까지 사용되었다. 관광기념품 판매장에서 새우젓을 판매하는 이유도
동굴의 용도에서 찾을 수 있겠다.
황금의 방이다. 지폐와 동전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굴 내 유일한 장소다. 금도 생산했던 광명동굴이 폐광된 이유를 찾는다면
모두 캐내어 더 이상 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동굴 내 안내자료를 통해 접하게 되겠지만 대홍수를 겪으면서
더 이상 광물을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속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다. (황금의 방에 모인 금액들은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추가로 개방되지 않는 레벨은 대부분 지하 암반수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동굴 내부엔 물이 풍부하다. 도보로 이동하다가
몇 번 만나는 동굴 내 폭포도 고요함을 깨우며 시원스럽게 쏟아지고 있다. 음용수로 <적합>판정을 받은 지하 암반수를
[광부들의 생명수]라고 한다. 생명수를 마시고 다시 동굴 세계의 탐험을 이어나가자. 내리막을 이어 걸어가다가 다시 오르막
구간만 남겼다. 건강 만세를 부르는 '불로장생 계단'은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4초의 생명 연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한다.
심리적인 만족으로 대신하고, 선선한 내부온도에 고마워하며 땀을 흘리지 않고 계단을 모두 올랐다.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을
지났다. 나는 약 2분 정도의 생명 연장 효과를 얻었다며 씨익~ 웃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광명동굴 와인동굴 입구다. 방문했던 날시음 코너에서는 영주에서 생산한 와인이 제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