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나의여행기 저헌 이석형 선생의 계일정신이 담긴 용인 계일정과 문강제

작성자이재형수정일2020-12-01

 

분수에 맞게 생활하라! (저헌 이석형선생)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은 생각보다 참 실천하기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본래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무소유, 미니멀리즘 등이 유행해도 물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어렵습니다. 왜 갑자기 분수 예기를 하냐고요? 용인에 있는 계일정과 문강제를 다녀왔는데요, 저헌 이석형선생의 계일정신을 알게 된 후 저도 분수에 넘치는 것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저헌 이석현선생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저도 어렴풋이 알았다가 우연히 계일정을 방문한 후 이 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석형(1415~1477)은 조선 초기 문신이며 학자입니다. 세종대왕 때 사마시에 합격하고, 이어 식년문과 장원급제하는 등 머리가 뛰어난 학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관직을 은퇴한 후 말년에 계일정을 짓고 시문에 전념하였는데요, 그 정자가 용인에 있습니다.




용인 모현면에 있는 한적한 마을을 가다가 계일정 입구에 문강제(文康齊)라는 석문을 봤습니다. 문강(文康)은 이석형선생의 시호입니다. 처음에는 일반 가정집인 듯 해서 그냥 지나치려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안에 범상치 않은 정자와 돌로 만든 비문과 고즈넉한 전통 한옥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의 집을 들어가는 것은 도둑으로 오해받기 쉬운데요, 여긴 문이 항상 열려 있어 문화재로 관람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닐 듯 싶습니다. 제가 구경하는 동안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에 현오당(玄忤堂)이라 쓴 2층 집이 보입니다. 나중에 알았는데요, 저헌 이석형 선생의 종가를 지키는 집입니다. 이석형선생은 연안 이씨인데요, 가문을 빛낸 인물이기 때문에 그 업적을 후손들이 기리고 있습니다.




마당 안쪽에 큰 비문같은 것이 있어서 가보니 이석형선생의 3장원비입니다. 여기서 3장원은 생원시, 진사시, 식년문을 말합니다. 이석형은 26세 나이로 생원, 진사과 두 시험에 모두 장원에 급제하였고, 식년시에도 장원(1등)을 하였습니다. 하나도 장원급제하기 힘든데 3장원을 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예로부터 한 해에 세 번씩이나 장원급제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세종은 친히 연회를 베풀어 축하해주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행시, 사시, 외무고시 등을 모두 1등으로 합격한 것이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3장원비 옆에는 계일정(戒溢亭)이 있습니다. 계일정 유래를 읽어보니 1988년 연안이씨 종가 문중 인사들이 이석형선생을 기리기 위해 문강제를 창건했다고 나옵니다. 서울대병원 치과병동(서울 종로구 연건동 275번지) 옆이 저헌 이석형이 태어난 곳이라는데요, 이석형선생 생가터에 있던 정자 계일정을 이곳으로 이전하고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석형선생의 부인이 당시 감찰정보의 딸이며, 포은 정몽주선생의 증손녀라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정자 이름을 계일정(戒溢亭)이라고 한 것은 이석형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서 '계일'(戒溢)이란 말은 '분수에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입니다. 다다익선, 즉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거죠. 요즘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가 유행하는데요,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 사는 것이 욕심을 줄이는 한 방법이 아닐까요?



계일정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이 적당한 수위에 이르면 자동적으로 물이 빠지도록 만들어서 항상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게 했습니다. 넘치는 것을 경계하는 계일(戒溢)정신은 선비사상의 기본정신이었습니다.





이석형은 후손들에게 권력, 재물과 복(福)을 얻는데 항상 넘치지 않도록 살라는 뜻에서 수신(修身)도구로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못을 보는 장소가 계일정입니다. 계일정에 대해 알고 나니 저도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일정에서 마당 쪽을 바라보니 문강제(文康齊)가 보입니다. 대문 위에는 한문으로 쓴 현판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자전가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집에 아이가 사는 듯 합니다. 대문이 열려 있어서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봤습니다.





고즈넉한 전통 한옥이 한 채 보입니다. 이 집은 무슨 집일까 궁금했습니다. 문강제 비석 뒤에 있는 설명을 보니 이석형선생을 모시는 곳입니다. 문이 잠겨 있어서 안은 자세히 구경하지 못했지만 한옥 본래의 모습이 참 운치 있습니다.




시원한 문강제 마루에 앉아 한참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이석형선생이 말한 분수에 넘치는 것을 경계하며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도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들이 새겨야할 말입니다.




저헌의 18대 종손 이흥배씨는 현재 용인시 모현면 안골마을에서 종가를 지키며 살고 있는데요, '계일정신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려 600년을 이어오며 계일정신을 구현하는데 애쓰고 있는 겁니다. 저헌이 남긴 계일정신으로 이 가문에는 탐관오리가 없었다고 하죠.



우연히 들르게 된 계일정(戒溢亭)과 문강제(文康齊)는 저헌 이석형선생의 '분수에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계일(戒溢)정신을 깨닫게 해준 곳입니다. 계일정신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 시대 공직자들이 꼭 새겨야할 정신이 아닐까요? 또한 넘치는 것만 생각하고 비우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저헌 이석형선생의 계일정신을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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