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OPE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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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DMZ

DMZ OPEN 콘서트

한마음으로 그려낸 평화의 음표,
도라산역을 가득 메운 통일의 염원

민통선을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곳, 도라산역에서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다

단체사진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의 어느 날,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빗길을 뚫고 대한민국의 최전방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최북단 철도역 도라산역에 멈췄다. 이윽고 DMZ 평화열차에서는 저마다 기대에 부푼 표정을 한 관광객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한 DMZ 오픈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서다. 이번 일정에는 DMZ 평화관광과 더불어 DMZ 오픈 콘서트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2023년 7월 15일 민통선을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이곳, 도라산역에는 허공을 맴도는 쓸쓸한 메아리 대신 평화를 염원하는 클래식 선율과 통일을 그리는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메워졌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아무나 닿을 수 없는 / 도라산역

도라산역 전경도라산역은 민통선 남방한계선에 자리한 대한민국 최북단 역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끊어진 철도를 복원하기로 합의한 이후 2002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평화의 발걸음을 함께했던 뜻깊은 장소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도라산역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도라산역은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닌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란 의미를 안고 새롭게 태어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반면 아무나 닿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도라산역에 가기 위해선 바로 전 역인 임진강역에서 군사경찰의 신분 검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식 운행 노선이 아니기에 방문할 수 있는 날도 따로 정해져 있다.

닫혀있는 공간에서 꿈꾸는 아름다운 오픈 / DMZ 오픈 페스티벌

도라산역을 가득 메운 통일의 염원 1 도라산역을 가득 메운 통일의 염원 2

DMZ 오픈 페스티벌은 DMZ의 생태 가치가 확장되고, 한반도의 평화 발전을 염원하는 평화 예술 축제다. 지난 5월을 시작된 이번 축제는 금지된 공간 DMZ에서 아름다운 오픈을 꿈꾸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그중 DMZ 오픈 콘서트는 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닫혀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진정한 평화와 생명을 노래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공연장이 아닌 역사적 장소에서 열려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7월 15일 개최된 DMZ 오픈 콘서트는 ‘전쟁은 그만…!’이라는 주제로 도라산역에서 펼쳐졌다.
 

전쟁은 이제 그만, 평화의 선율을 따라 하나가 된 / DMZ 오픈 콘서트

임감독님
콘서트 예정 시각은 오후 3시였다. 그러나 이날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모든 일정이 조금씩 밀려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장대비가 도라산역 지붕을 거세게 내려치며 큰 소음을 일으켜 리허설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오후 3시를 넘어서자 거센 빗줄기는 부슬비로 바뀌었다. 관람객이 모두 도착할 즈음 리허설도 무사히 끝났고, 어수선했던 분위기도 모두 정리됐다. 이윽고 300석 규모의 객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채워졌고, 역사 안은 활기가 흘러넘쳤다.

김예지 연주자 피아노를 연주하는 김예지 연주자

첫 번째 순서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이자 21대 국회의원인 김예지 연주자가 안내견 조이와 함께 등장했다. 잠시 후, 피아노 건반 사이로 슈만 리스트의 ‘헌정’의 첫 음이 흘러나오자 장내는 더욱 고요해졌다. 헌정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주하겠다던 김예지 연주자의 다짐대로 첫 순서는 박수가 절로 터져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DMZ DMZ

뒤이어 에반젤리 합창단이 다음 순서에 올랐다. 에반젤리 합창단은 장애인 어린이합창단으로 다양한 공연을 펼치며 장애인 사회 인식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이번 DMZ 오픈 콘서트에서는 에델바이스와 이루마의 드림, 뭉게구름 등을 노래했다. 서툰 음정이었지만 순수하고 깨끗한 음성에 금세 무대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곡인 뭉게구름의 첫 소절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라는 가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자 너나 할 것 없이 경쾌하게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다 함께 무대를 즐겼다

DMZ
마지막 순서로 성재창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학과 관악 앙상블이 등장했다. 싱그러운 20대 대학생들의 힘찬 연주로 도라산역은 다시 한번 뜨거운 온기로 가득 찼다. 관람객들은 끝까지 누구 하나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를 건넸다.


마침내 공연이 모두 마무리됐고,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공연하는 동안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관람객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여 응원의 박수를 건네는 덕분에 더욱 즐거운 공연이 될 수 있었다. 조금 서툴지만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하는 것,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따스한 눈빛을 건네는 것, 이런 마음이야말로 평화의 발전을 기원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MZ와 함께한 DMZ 오픈 콘서트…나에게 평화란 OO이다]

이번 DMZ 오픈 콘서트 ‘전쟁은 그만…!’이란 공연을 멋지게 꾸며준 20대 청년 연주자들에게 대한민국 최전방에 있는 도라산역에 방문한 소감과 각자 생각하는 평화의 정의에 관해서 물었다. 저마다 표현하는 방법은 모두 달랐지만, 생각의 결은 일맥상통했다.

나강민나강민(22,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학과) / 나에게 평화란 눈치 보지 않는 것이다.

차를 타고 민통선을 넘어왔는데,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낯선 풍경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하며 평화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평화란 그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지내는 편안한 상황이다. 지금은 모든 상황이 차이가 커서 서로 눈치도 보고 불편하지만, 언젠가 모두가 편안해지는 평화로운 시절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주형석

주형석(21,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학과) / 나에게 평화란 평등이다.
도라산역은 처음인데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민통선 넘어올 때, 신분증 검사도 하고, 낯선 풍경 때문에 조금 겁나기도 했는데, 와보니 좋다. 이런 곳에서 공연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 만족스럽다. 평화의 선에 한 발 더 다가가면 앞으로 더 먼 곳에서도 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두 평등해야 한다. 서로 평등해져야 평화도 찾아올 테니까.

 

윤지원 윤지원단체사진

유지원(22, 에반젤리합창단) / 나에게 평화란 지금, 이 순간이다.
공연장에 가까워지면서 군인들이 많아서 설레면서도 무서웠다. 처음 와본 곳이라 떨리지만 그래도 친구들이랑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지금도 우리가 모두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다 보면 통일이 될 것이다. 그때 부모님이랑 북한에 꼭 한 번 놀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