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OPE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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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DMZ

휠체어 농구대회

뜨거운 코트를 가르는 짜릿함,
DMZ 오픈 페스티벌-휠체어 농구 대회

8월 14일,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휠체어 농구 대회’

 

공이 코트의 바닥에 부딪히며 가볍게 쿵, 쿵, 울린다. 탄성 있게 바닥을 박차고 튀어오른 공이 손바닥에 닿는다. 손끝에 닿아오는 오돌토돌한 감촉. 다른 공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묵직함. 농구공의 안쪽, 그 깊은 곳에는 우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혹이 있다. 23년 8월 14일,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휠체어 농구 대회’는 그 매혹에 한 발짝 가까워지게 하는, 가슴 뛰는 기회가 되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철문을 통과하는 순간 전쟁 특유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국적이고 낯선 공간이다. 이곳은 사실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6·25 전쟁 이후 50년 동안 미군이 주둔하던 캠프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뼈아픈 전쟁의 상징인 셈이다. 그러나 2007년 우리나라에 반환된 이후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새로이 탈바꿈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캠프그리브스의 건물들이다. 이곳에는 미군들이 빠르게 설치하고 철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반원형의 ‘퀸셋 막사’, 미군 주둔 당시 볼링장으로 사용되던 ‘갤러리 그리브스’, 문산 지역 미군 부대에 탄을 보급하기 위해 사용되던 ‘탄약고’ 등 전쟁의 냄새를 확연히 풍기는 건물들이 있다. 이 건물들은 실제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로 리모델링을 거쳤고, 내부에서는 다양한 기획 전시들과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으니 건물 외관과 내부 모두 꼼꼼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건물들간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둘러본다고 해도 두 시간 안쪽으로 관람이 가능할 것이다. 

체육관 외부 그래피티

이날의 ‘휠체어 농구 대회’도 캠프그리브스 내의 체육관에서 개최되었는데, 이곳은 미군이 주둔하던 당시 병사들이 농구장으로 사용했던 공간이라고 한다. 체육관 외부에 그려진 형형색색 그래피티에서부터 미국 느낌이 물씬 풍겨 왔다.  

휠체어농구개요

휠체어 농구. 낯설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아직 휠체어 농구는 국내 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휠체어 농구는 국내 최초로 개최된 장애인 스포츠 리그이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6개 팀이 매해 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빼어난 선수들이 모인 한국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팀은 2021 도쿄 패럴림픽 휠체어 농구 경기에 진출했으며, 최종 10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고. 이날 대회에는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인 동시에 2022 휠체어 농구 리그 우승팀 ‘춘천 타이거즈’ 소속 김상열, 이윤주, 조승현 선수가 참여했기에 기대감이 높았다.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 태극 마크가 붙은 검은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는데, 멀리서 봐도 국가대표의 존재감과 자긍심이 느껴져 두근거렸다.  

군중본격적인 행사는 휠체어 농구 OX 퀴즈로 시작되었다. 휠체어 농구라는 다소 생소하고 낯선 종목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휠체어 농구는 기본적으로 비장애인 농구와 같은 룰을 따르기에 골대의 높이가 같고, 3점슛도 있다. 하지만 골대에 매달리거나, 손을 메다꽂는 덩크슛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장애인 농구 시 드리블을 하지 않고 세 걸음 걸으면 ‘트래블링’으로 반칙인데, 휠체어 농구의 경우에도 똑같다. 드리블을 하지 않고 세 번 이상 휠체어의 휠을 밀면 반칙 처리가 된다고. 스포츠는 룰을 알고 보면 그 재미가 배가되는데, 휠체어 농구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전 이런 규칙들에 대해 미리 배우는 시간을 가진 것이 좋았다.

릴레이학생

다음으로는 휠체어를 직접 탄 학생들이 펼치는 이어달리기 경기도 진행되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올라탄 방화중학교 학생들이 달리는 모습은 보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었다. 휠체어 조작이 서투른 비장애인 학생들이었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돌아간다거나 엉뚱한 공회전을 선보이는 등 시시각각 선두가 바뀌어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되었다. 

에스보이즈공연

잠깐 장내를 정리하며 축하 무대의 시간이 되었고, 학생들의 기대 속에 ‘에스보이즈’가 무대 위로 올랐다. 이들은 지석, 찬연, 현진, 세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농인 아이돌 그룹으로, 유튜브 채널 ‘우리가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에스보이즈는 이날 공연에서 NCT Dream의 <캔디>와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선보였는데, 댄스와 수어를 합쳐 새로운 창작 안무를 선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어는 손짓과 표정을 충분히 활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케이팝 안무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에게 이들의 존재가 더욱 알려지기를 꿈꾸게 하는 공연이었다.

국대를잡아라
이후로는 ‘국대를 잡아라’라는 이름의 경기도 이어졌다. 휠체어를 탄 다섯 명의 학생들이 국가대표 이윤주 선수를 아슬아슬 쫓았고, 이윤주 선수는 학생들의 협공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휠체어 사이를 빠져나가거나 경기장을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보이는 식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1:1 드리블이나 술래잡기 게임은 휠체어 농구 훈련 시에도 많이 활용되는 방식이라 들은 적이 있어, 마치 국가대표 훈련을 지켜보는 것처럼 설레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국가대표 선수들과 아마추어 팀이 펼치는 시범 경기였을 것이다. 이날은 이화여대 농구 동아리 및 용인대 휠체어 농구 팀이 대회에 참여하여 국가대표 선수들과 각각 7분씩, 3:3 경기를 펼쳤다. 

기본적으로 비장애인 농구는 선수간의 몸싸움이 격렬한 스포츠다. 끈덕지고 치열하게 서로를 향하며 공을 빼앗고, 그대로 달려나가는 스포츠. 그런 농구 경기의 치열함과 긴박감을 휠체어 농구에서도 맛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비장애인 농구만큼이나 격렬한 경기가 장내에서 펼쳐졌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표라는 이름에 걸맞는 면모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휠체어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코트를 넓게 활용하는 능력이 세 선수 모두 뛰어나 인상적이었다. 또한 같은 팀 선수의 손에 공을 마치 꽂아넣듯 적극적으로 패스하는 순간, 손바닥에 자석이 달린 듯 한 손으로 공을 척척 붙드는 순간에는 관객석에서 연이은 감탄이 터져나왔다. 조승현 선수가 드리블로 선수들 사이를 돌파할 때에는 손을 꽈악 말아쥐게 되는 긴장감이 느껴지다가, 원거리 슛을 쏘아 한 방에 림을 가볍게 통과시키던 순간에는 장내에 참여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환성을 질렀다. 

시투

이날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대한 이화여대 농구 동아리 선수들은 ‘휠체어 농구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몸이 뜻처럼 따라주지 않아서 어려웠는데, 내년에 또 불러주시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당찬 소감을 보였다. 또 휠체어농구대회에도 출전한 경험이 있다는 용인대 선수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직접 만나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조승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조승현 선수는 ‘휠체어농구가 생소하셨을 텐데, 이 종목의 매력을 알릴 수 있게 되어 선수로서 기쁘다. 아시안게임에서 열리는 휠체어 농구 리그와 한국 휠체어 농구 리그 모두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 해 주셨으면 한다.’는 기대를 전했다. 


비장애인 농구를 다룬 만화 <슬램덩크>가 2022년 신장재편판을 새로이 발간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악착같이 할 수 있는 행복(ガムシャラになれる幸せ)’이었다. 우리가 농구공을 가볍게 튀기는 순간에도 가슴이 뛰는 이유는 바로 이 악착같은 자세로,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날 열린 DMZ 오픈 페스티벌의 휠체어 농구 대회는 우리 모두에게 최선의 행복, 최선을 다하는 행복을 맛보게 해 준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