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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특별연사 인터뷰 ①

세바시 특별 연사 카린 코블 : 독일 환경단체 ‘분트(BUND)’ 그뤼네스반트 매니저

결국은 ‘대화’가 답
더 많이, 끈질기게 대화하라

 

DMZ에서 ‘생명의 선’으로 재탄생한 독일 그뤼네스 반트 사례
시민들의 주도적인 행동이 만들어낸 기적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주민들을 토론에 참여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DMZ의 자연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당사자들끼리의 이해와 합의가 기본이 돼야 합니다.”

카린 코블(이하 카린)의 말에는 힘이 있다. 독일의 대표 환경단체인 ‘분트(BUND)’에서도 특히 그뤼네스 반트(Grünes Band, 그린벨트)를 성공적으로 보호하는 활동에 투신한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만든 경계 속에서 오히려 자연이 한껏 피어났던 특별한 경험담을 나누고자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행을 택했다. 분트는 독일 통일 이후 그뤼네스 반트의 난개발을 막고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시민 단체를 조직하고 통일 정부와 협상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선보였다. 그렇기에 아직도 분단 중이며 남과 북 사이에 DMZ를 지닌 우리에게 해줄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카린 코블

“이번이 두 번째 한국행입니다. 경기도청에서 주최한 ‘DMZ 오픈 페스티벌(이하 DOF)’ 중 세바시 강연을 요청받아 방문하게 됐지요. 첫 방문을 통해 한국의 DMZ에 대해 알게 됐다면 이번에는 DMZ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되어 기쁩니다. 강연장에서, DOF 현장에서 또 DMZ가 있는 파주시 접경지역 등지에서 수많은 시민과 만나면서 그들의 환경 보호에 대한 열정과 DMZ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DMZ 일원에서 <더 큰 평화>를 주제로 2023년 한 해 동안 DMZ 오픈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여기서 말하는 ‘더 큰 평화’란 단순히 무력 다툼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연과 인간, 계층과 계층이 갈등하지 않는 온전하고 포괄적인,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새롭고 확대된 개념의 평화를 의미한다. 카린은 경기도의 의미 있는 축제에 기꺼이 참여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 또한 잊지 않았다.

“경기도의 ‘더 큰 평화’를 위한 행보를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 다만 한국의 DMZ는 독일과는 달리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과 관련된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은 우려가 큽니다. 경제적 이익이라는 강력한 명분이 자연보호라는 대의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DMZ와 관련된 시민들의 토론의 장이 하루빨리 개최되어 보다 심도깊은 이야기들을 나눠 봤으면 좋겠습니다.”

DMZ 생태 보존, 쉬운 일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일
비전 공유와 열정적 토론으로 반드시 실현하길

독일은 동독에 소속되어 있던 그뤼네스 반트 지역을 통일 후 성공적으로 국가 자연 기념 지역으로 보존한 전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NGO인 분트가 큰 역할을 했음은 자명하다. 관련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하고 정부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의 ‘생명의 선(그뤼네스 반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자연과 인간이 모두 만족할 만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득별연사 카린 코블

“한국의 DMZ는 지난 70년간 인간의 접근을 강제적으로 막은 덕분에 유례없는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할 세계 유산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 때문에 이 소중한 땅이 파괴된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이미 성공의 경험이 있는 카린과 환경단체 분트는 한국 DMZ에 한층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한결같다. 환경 보존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역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 길고 끈질긴 토론의 장을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카린의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정받으면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홍보하는 데 더욱 열정적으로 임하게 마련입니다. 좋은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면 더 많이 질문하고 대답을 들어야 합니다. 해결 지향적인 토론을 자주 개최하세요. DMZ를 보호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겁니다. 해당 지역 농업종사자들의 의견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농작물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지도 모릅니다. 관광개발자의 아이디어도 적극 수용해 보세요. 다양한 시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도하면서 함께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대화하고 또 대화하다 보면 결국은 해답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세바시 무대 위에 선 카린 코블

독일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부러움과 막막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카린이 바라보는 한국 DMZ는 생각보다 더 긍정적인 청사진을 지녔다.
“독일은 갑작스럽게 통일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부터 오랫동안 논의 할 기회와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미래를 대비하고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훨씬 더 성공적으로 DMZ 지역의 보존과 친환경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