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OPE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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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오픈 콘서트

탱고의 전설과 함께하는 가을 음악회,
DMZ 오픈 콘서트 《탱고, 그리고 아듀!》

DMZ 접경 지역 연천을 찾은 세계적인 탱고 트리오 ‘모다 탱고 트리오(Moda Tango Trio)’

DMZ 접경 지역에 울려 퍼진 낭만과 열정의 탱고 선율

가을이 한창인 지난 10월 14일, 살아 있는 반도네온의 전설로 불리는 네스트로 마르꼬니(Néstor Marconi)가 이끄는 세계적인 탱고 트리오 ‘모다 탱고 트리오(Moda Tango Trio)’가 DMZ 접경 지역 연천을 찾았습니다. 모다 탱고 트리오는 ‘닫힌 DMZ에서 아름다운 오픈을 꿈꾸며’ 기획된 DMZ 오픈 콘서트에 동참해《탱고, 그리고 아듀!》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역사적 현장, 탱고로 물들다

연 장소는 비 예보에 따라 연천 숭의전에서 전곡선사박물관으로 변경됐습니다. 급작스러운 장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처음 방문한 모다 탱고 트리오의 연주를 감상하려는 많은 관객이 모여들었습니다. 전곡선사박물관은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역사적 현장인 전곡리 유적(사적)에 건립된 유적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은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를 비롯해 인류 진화 과정, 선사시대 문화 등에 대해 전시합니다.

《탱고, 그리고 아듀!》공연은 상설전시관 옆 고고학체험실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형 매머드 화석 모형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인 ‘아이스맨 외찌’ 복제물이 전시된 공간이 공연장으로 변신해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잊지 못할 공연장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연 전 축사에 나선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이곳은 주먹도끼가 발견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호모에렉투스와 매머드 화석, 아이스맨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DMZ 오픈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임미정 총감독은 “탱고가 인간의 근본적 감성과 연결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한용 관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인류 존재의 근원적인 것을 고민하는 장소라 무언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견을 덧붙였습니다.


탱고의 전설, 감동을 연주하다

박물관 고고학체험실이라는 이색 공간에서 거장들의 탱고 공연이 막을 올렸습니다. 세계 최고의 탱고 마에스트로들이 입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네스트로 마르꼬니를 중심으로 양옆에는 바이올린 연주자 라파엘 진톨리(Rafael Gintoli)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후안 파블로 나바로(Juan Pablo Navarro)가 섰는데요. 그들이 선 무대 뒤로는 통창을 통해 억새밭이 내다보여 운치를 더했습니다.

세 연주자 모두 탱고의 고장 아르헨티나에서 국민 영웅으로 꼽히는 음악가들인데요. 반도네온 거장인 네스트로 마르꼬니는 한국의 독보적인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라파엘 진톨리는 ‘최고의 아르헨티나 공연자 상’, ‘최고의 아르헨티나 실내악 앙상블 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자이고요. 후안 파블로 나바로는 아르헨티나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콘트라베이스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 명의 마에스트로가 서로 눈을 맞추며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탱고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Moda Tango’를 시작으로, ‘Gallo Ciego’, ‘El Dia Que Me Quieras’ 등의 곡이 이어졌습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탱고는 귀로만 듣는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탱고를 연주하는 그들의 표정은 한 편의 서사 시 같았고, 악기 위를 활보하는 그들의 손가락은 마치 탱고 댄서처럼 현란했습니다. 반도네온,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의 합주를 기본으로 듀엣과 독주가 더해진 다이내믹한 공연이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앙코르곡으로 예상치 못한 아리랑 선율이 흐르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슬쩍 눈물을 닦는 관객도 보였습니다. 탱고 선율을 탄 아리랑이 선사시대로부터의 긴 역사와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연천에 울려 퍼졌습니다. 아리랑을 연주하는 마에스트로 뒤로는 탱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억새가 일렁였습니다.